영화 속 캐릭터
탕웨이가 연기하는 '서래'라는 인물은 중국인이며 한국어가 서툰 캐릭터이다.
'서래'는 취조 와중에 서툰 한국어를 할 때마다 자신이 없어 웃는다. 서래의 이러한 행동은 형사에게 편견을 주게 된다.
남편이 죽어도 웃는 미스터리한 여자라는 편견이 생겨, 서래는 유력한 용의자가 된다.
박해일이 연기하는 '해준'은 형사이다. 해준은 언어에 신경을 많이 쓰는 사람이다.
그는 누구보다 서래의 눈높이에서 쉬운 말로 설명하려 애쓰는 사람이고, 서래의 단어를 그녀의 맥락에서 해석하려는 사람이다. 이 부분에서부터 이들의 로맨스는 시작이 된다.
영화의 다양한 매력 포인트
진심을 숨기는 용의자, 용의자에게 의심과 관심을 동시에 느끼는 형사, 그들의 헤어질 결심'에는 다양한 매력 포인트가 존재한다. 박찬욱 감독의 인터뷰 내용에 따르면 "보통 결심은 무슨 결심이든 해서 잘 성공하는 일이 드물다. 살 뺄 결심도 잘 안된다. 그러니까 '결심'이라는 단어는 정말 결심의 실패와 곧장 연결되는, 결심은 하지만 실행의 실패로 곧장 연결되는 그런 단어인 것 같다."라고 한다. 서래와 해준의 사회적 위치가 달랐고, 해준은 그녀를 향한 사랑의 감정과 자신은 깔끔하다고 말하는 직업적 자부심이 충돌하는 것 자체를 괴로워했다. 서래는 "당신과 같은 사람이랑 한마디라도 하려면 살인사건 정도는 일어나야죠"라고 말하며 꿋꿋하게 사랑을 향한 욕망을 드러내기도 한다. 해준은 사건 당일의 탐문과 심문, 잠복수사를 통해 서래를 알아가며 그녀에 대한 관심이 점점 커져간다. 내가 영화에서 느꼈던 해준은 서래에게 형사로서 갖는 의심과 이성으로 느낄 수 있는 호감을 동시에 가졌으며 감정의 고리가 커지게 된 것 같다. 이처럼 이 영화는 서래를 향한 해준의 의심이 사랑으로 변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영화이다. 해준이 서래에게 맛있기로 유명한 모듬 초밥을 사준다거나, 서래를 만나러 가는 차 안에서 급하게 면도를 한다거나 아내에게 사건에 대해 말할 때 '중국인 남편과 사망한 아내'라며 성별을 바꿔말하기도 한다.
상징이 많은 영화
영화초반에 수시로 손가락의 결혼반지가 화면에 잡혔는데, 해준이 형사로서 자부심이 강한 사람인 것을 나타내는 듯 했다. 해준과 아내는 주말부부로 나오는데,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현실적인 부부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영화에서 이 부분을 부자연스럽게 표현하는 듯 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만난지 얼마 안되는 사이인 해준과 서래를 자연스럽게 표현했는데, 이들은 초면임에도 불구하고 맛있기로 유명한 모듬 초밥을 먹은 후 테이블을 몇년을 알고 지낸 사이처럼 빠르게 정리한다. 뭔가 이과생 같은 모습의 해준의 아내에게는 느끼기 어려운 서래의 푸근함이 해준의 마음을 증폭시키는 것이 아닐까.
안약을 수시로 투여하는 장면이 많이 나온다. 이는 진실을 직시하려 하면 할수록 더욱 안갯속처럼 뿌옇게 되는 해준의 상태를 나타내는 듯 하다. 해준은 수사 중 서래가 돌보는 할머니의 핸드폰을 통해 서래의 알리바이가 거짓임을 알게 됐지만, 사건의 진실을 덮고 '헤어질 결심'을 하게 된다. 해준은 서래에게 증거로 찾은 핸드폰을 건네며 "나는 완전히 붕괴 됐어요. 저 폰은 아무도 찾지 못하게 바다 깊은 곳에 버려요"라고 말한다. 그 말은 서래에게 가장 선명한 언어로 해석됐다.
영화 속 안개는 심리적인 것을 시각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이 영화에서 정훈희의 <안개>라는 노래가 계속 반복 되면서 시각적이고 청각적인 부분을 다 채워준다. 영화가 거의 끝나가면서 이들의 암울한 마지막을 암시하듯 안개가 가득하고 파도가 많이 치는 해변이 두사람을 맞이하게 된다. 서래는 그녀만의 선택을 통해 해준과의 사랑을 완성하려고 한다. 모래 구덩이를 파고 그 속에 들어가 죽게 되는데, 어쩌면 서래는 더 이상 잃을 것도 없어서 일지도 모른다. 서래가 묻힌 자리에는 파도가 계속 들어오고 점점 거칠어진다. 인적 없는 해변은 서래가 모래 구덩이를 파면서 쌓아 올린 흙무덤을 무너뜨리고, 해준은 애타게 서래를 찾으며 울부 짖는다. 그것은 자신이 얼마나 서래를 사랑했었는지 깨닫는 울부 짖음이었다. 서래가 스스로 모래 구덩이로 들어간 것은 바다에 던져야 할 두개의 휴대폰 대신 바다에 자기 자신을 내던지면서 바다에 깊숙한 곳에 아무도 찾을 수 없는 곳에 해준과의 사랑을 봉인했다고 볼 수 있다.
사랑의 마음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
해준은 일의 명분을 내세운채 잠복근무를 하며 서래와 그의 방식으로 데이트를 하게 된다. 그녀를 관찰하면서 깊이있게 혼자 파고 들어가는 일련의 과정을 볼 수 있는데, 서래의 마음을 알 수 가 없어 해준은 전전긍긍하게 된다. 서래 또한 그러한 해준을 이상하게 생각하기 보다 믿음직한 누군가가 자신을 지켜준다고 생각하게 된다. 알면 알수록 해준과 서래 두 사람은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는데,서로의 결여를 채워줄 수 있었던 결정적인 계기는 서로에 대해 오랜 기간 동안 관찰하고 관심을 두었기 때문인 듯 하다. 해준은 자신이 해결하지 못한 미결 사건의 증거를 방 벽에 가득 채워놓고, 그런 해준에게 서래는 자기의 숨소리를 들려주며 숙면을 선사해준다. 영화가 종반으로 가면서 해준은 서래를 너무 사랑했기 때문에 자기의 자부심과 직업윤리를 엉망으로 만들면서까지 증거를 인멸해서 그녀를 도와주게 된다. 서래가 스스로 모래구덩이로 들어가 아무도 찾을 수 없는 곳에 그들의 사랑을 봉인하면서, 이들의 사랑은 끝없는 미결사건이자 그들의 사랑이 영원으로 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임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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