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1987>
영화 <1987>은 전두환 정권 말기인 1987년 1월 14일, 스물두살 대학생 박종철이 경찰에 불법 체포돼 고문을 받다가 사망했고 사건의 진상이 은폐되자, 진실을 밝히기 위해 용기냈던 사람들이 이에 맞서면서 역사의 소용돌이가 일기 시작했다. 이에 용기있는 이들이 어떻게 역사를 바꾸는지를 그린 영화이며, 이를 통해 사회적 부조리함에 '잘못됐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 저항할 수 있는 용기가 왜 필요한지 깨닫게한다. 또한 박종철 열사, 이한열 열사 외 수많은 이름모를 열사들이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를 위해 스스로 청춘을 피지 못하고 스러져 간 그 길에서, 우리는 지금 제대로 가고 있는 지 되묻는 영화이기도 하다.
영화는 박종철 열사의 고문치사 사망사건으로 들불처럼 일어난 민주화 혁명을 주제를 담고 있다. 박종철 고문사건의 책임자인 박 처장(김윤석)은 정권에 비판적인 지식인들을 빨치산으로 몰아 숙청함으로써 정권의 신임을 얻은 인물이다. 박종철 열사가 사망하자, 증거인멸을 위해 박처장(김윤식)은 시신을 화장해서 증거를 인멸하려고 하지만 사망 당일 당직이었던 최검사(하정우)는 이를 격렬히 거부하고 부검을 진행한다. 경찰은 기자들 앞에서 단순 쇼크사인 것처럼 "책상을 탁 치니 '억'하고 죽었다"고 거짓 발표를 이어가지만, 의사의 부검 소견은 고문에 의한 사망을 가리키게 되고 사건을 취재하던 윤기자(이희준)은 '물고문 도중 질식사'를 보도한다. 이에 박처장은 조반장(박희순)등 형사 둘만 구속시켜 사건을 축소하려고 한다. 한편 교도소에 수감된 조반장을 통해 이 사건을 알게 된 교도관 한병용(유해진)은 이 사실을 수배 중인 재야 인사에게 전달하기 위해 조카인(김태리)에게 부탁을 하게 된다. 부조리한 것에 대한 저항은 현재의 자신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는 신념과 확신이 설 때 나타난다. 성당에서 세상 밖으로 비둘기가 날아가는 장면이 상징적이다. 교도소 밖으로 검열 받지 않은 서신을 전하던 사람을 일컫는 은어인 '비둘기'와 성당에서 벌어진, 사건의 진실이 담긴 성명서 발표를 합쳐 놓은 장면은 이제 더 이상 진실이 비밀이 아니고 모두에게 알릴 수 있다는 것을 효과적으로 보여준다. 고 이한열 열사와 연희는 시위에서 우연히 마주친다. 이후 알고보니 같은 대학 선후배 사이였고, 결국 둘은 이성적 호감을 가지면서도 정서적 교감을 나누게 된다. 이 장면은 둘의 연결 고리를 만들며 연희의 변화를 유발하기 위한 설정으로 볼 수 있다.
그런다고 세상이 바뀌어요?
연희(김태리)는 영화<1987>에 있어서 가장 의미가 있고 큰 변화를 나타낸다. "그런다고 세상이 바뀌어요?" 극 중 연희의 대사이다. 민주화 시위에는 큰 관심이 없고, 정치에 무관심한 사람들을 투영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런 그녀가 변화하는 모습은 우리가 주먹을 불끈 쥐게 만들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연희가 주먹을 쥐고 버스에 올라가 민주화 시위에 동참하는 장면은 우리가 함께 그 시위에 동참하는 듯한 기분이 들게 만든다. 이는 뜨거운 우리의 민주주의 역사를 잊지 않도록 하기 위한 장면이기도 하며, 사회 변혁의 거센 물줄기는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군부 독재 정권 시절에 탄압 속에서 우리의 '민주주의'는 잊혀졌다. 민주주의를 외치면서 쓰러진 많은 열사들의 희생 속에 우리는 현재를 살아가고 있다. 극 중에서 박종철 열사의 고문치사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된 건 사회에서 진실을 밝히기 위해 용기를 내어 자신의 역할을 하려는 사람들로 인해 가능했던 것 같다. 그 시절 명문대생 뿐만 아니라 많은 대학생들이 수 없이 의문사를 당했지만, 그 시대 경찰의 행태에 대한 검사와 기자의 촉, 공권력보다 진실을 밝히고자 용기를 냈던 언론, 지속적으로 부당한 탄압에 목소리를 낸 민중 열사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관객들의 정서적 개입 유도
영화 <1987>은 유족들의 오열, 사건을 은폐하려는 공작, 진실을 밝히려는 과정으로 관객들의 정서적 개입을 유도하려고 노력한 영화이다. 박종철 열사가 잔인하게 고문 당하는 장면으로 관객들의 분노, 슬픔, 안타까움을 자아내었으며 시위 도중 머리에 최루탄을 맞은 이한열 열사를 보여줌으로서 감정이 차오르는데 나아가 터질 지경으로 만든다. 감독은 그 터지는 감정을 해소할 배출구도 마련해놨다. 마지막에 모두가 거리로 뛰쳐나와 민주화를 외치는 웅장한 시위장면을 통해 감정을 해소하게끔 유도했다.연희(김태리)가 버스 위로 올라가 시위를 함께하는 장면은 참았던 감정을 분출하며 전율까지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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